21세기 세종계획 최종 성과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21세기 세종계획 이란?

우리말과 우리글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들이 너무 부족하니까, 한번 국가가 나서서 자료를 모아보자! 라는 취지로, 1998년부터 10년간 시행된 초거대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들이 심심할 때마다 돌려보는 "맞춤법 검사기" 와 같은 프로그램은, 말하자면 "우리말"을 다루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이죠.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말"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런 연구를 하는 데 필요한 기초 이론이라던가, 기초 자료와 같은 것은 어디에 가면 구할 수 있을까요?

그 전에 잠깐 "기초 자료"라는게 뭐 하는건지 생각해 보면, 말하자면. 한국말에 대한 문법적 정의랑, 그 정의에 맞춰서 직접 분석한 우리말로 된 글들, 이 있을 겁니다. 이 단어가 어떤 문장에서 쓰이는지, 이 형태소는 어떤 형태로 변화하는지, 그런 것들을 모두 분석해내려면 그에 걸맞게 엄청나게 많은 양의 "글" 이 필요하겠죠? 이런 걸 "말뭉치" 라고 합니다.

하지만, 연구에 쓸만한 말뭉치는 의외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저 멀리! 멀리 멀리 멀리!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까지 가야 그나마 쓸만한 걸 구할 수 있습니다. "Penn Korean Treebank" 라고 불리는 자료에요.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연구가 있었을텐데, 분명 우리말인데, 다른 나라말에 비해서 연구자료 구축이 너무 너무 빈약했던 겁니다.

그.래.서.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나섰습니다! 전국의 수십개 대학교와 수백명의 교수들, 수천명의 학생들이 함께 나서 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21세기 세종계획입니다.


2007년 12월 11일. Google의 동료 직원 분들과 함께 21세기 세종계획 최종 성과 발표회장에 갔습니다. 장소는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이미 발표 절반 정도는 끝나 있었고, 저는 그냥 중앙 발표회장을 둘러싸고 여기 저기 설치된 부스들을 하나씩 하나씩 돌아다니는데 시간을 쏟았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여러 회사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자랑하러 나왔습니다.

LNI소프트 - 인가이드, 한가이드 라는 번역 프로그램을 써 보신 분 손? 이번엔 이 회사에서 Qualia Engine 이라는, "문서를 구성하는 내용어와 문형을 예비 스캐닝함으로써 도메인과 상황을 자동적으로 인지, 상황에 맞는 대역어와 번역문을 생성"하는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 )@*#(*$!)(@# 복잡한 이야기 좀 쉽게 풀어서 써 보면.

"나는 약을 사 왔다. 나는 그걸 먹었다." 라는 문장을 영어로 번역할 때,
"I bought a medicine. I ate it." 이라고 번역하던 것이 기존의 프로그램들이라면,
"I bought a medicine. I took it." 이라고 번역할 테다!! 라는 거죠.

즉. "그걸" 이라는 말을 기존의 번역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it 으로만 바꿔버리고, it 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는 고민하지도 않고 그냥 "먹었다" 를 "ate" 라고 번역했었는데, 이 회사의 프로그램은, "it" 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정확히 추적해 내고, 대응되는 말인 "약" 에 맞춰서 "먹었다" 를 "took" 으로 번역하게 만들었다, 는 거죠.

한번 직접 문장을 입력해서 그걸 번역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그건 좀 어려웠습니다.

CoreVoice - 라는 회사에서는, 한국어/영어 문장을 입력하면 그걸 읽어주는 - 그 왜. 엽기국어듣기평가 만드는데 쓴다는. "보이스웨어" 같은 프로그램, TTS 계열의 프로그램을 출품했습니다. 시연하시던 분은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한국어 문장을 "형태소 분석"을 통해, 어디서 끊어읽어야 하는지를 자동으로 계산해서 적절하게 읽어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고 설명하시더군요.

그런데 솔직히 별로 티가 안 나서 모르겠었습니다. OTZ

그래도 잘 읽더군요. 일부러 괴롭히려고 "똠방각하는 커피숖에 가서 왜날쀍" 라는 말을 읽을 수 있는지 시연을 부탁했는데, 지극히 잘 읽었습니다. [... 좀 엄한 글자가 섞여있긴 하죠 ^^;]

나라인포테크 - 왜 그. 네이버에서 "맞춤법 검사기" 라고 치면 검색되는, urlmal.cs.pusan.ac.kr 로 접속되는 부산대학교 우리말 배움터라는 곳 있죠? 이분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뛰어난 맞춤법 검사기를 개발했는지 자랑하러 오셨더랬습니다. 워낙에 잘 알려진 프로그램이니까 뭐라고 추가 설명을 하기는 힘드네요.

아. 시연하시는 분들께. "맞춤법 검사기의 개인적인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여쭈었는데. 잘 모르시더군요. [...] 흐흐.

그 밖의 여남은 회사는 생략합니다. >_< 한 회사는 한국어 Ontology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말하자면 동명이인을 구별하여 검색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 쯤이라고 생각하면 큰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21세기 세종계획을 통해 만들어진 각각의 자료들을 홍보하는 부스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마침 행사장에서는, "저작권 갖고 문제 일으키지 않게, 조용히 연구목적으로만 쓸 것임을 서약" 하는 사람에 한해서 21세기 세종계획의 최종 성과물 배포 DVD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하나 Get 했습니다.



국어 기초 자료 구축 분과에서는, 현대국어 말뭉치를, 무려 9316만 어절(!) 규모로 구축해 내었습니다! 그리고, 이걸 다시 언어학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 (형태소 분석이라던가, 그런 것 말이지요) 한 자료는 1,230만 어절이나 되고, 북한말로 된 자료도 1,083만 어절이나 모았습니다.

이게 왜 대단한 숫자냐면 ... 그 많은 "글" 들을, "저작권" 문제까지 해결해서 모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 탓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작권이라는 거, 무섭습니다. 우리말로 된 글을 무작정 모은답시고 인터넷에 있는 글을 아무렇게나 긁어 모아다가 연구에 썼다간 저작권 침해가 될 가능성이 크지요. 그리고 기왕에 긁어모을 거면 같은 우리말로 된 글이라도 좀 더 "좋아 보이는" 녀석들을 모아야 할 텐데 - 신문기사라거나, 소설이라거나, 중학생들의 대화라거나 - 이런 것들을 전부 저작권자로부터 "연구 목적으로 쓸 테니 배포해도 되게 해 주세요" 라고 허락을 받기란 어려운 일일 테니까요 .

집에 돌아온 뒤. 이 분과에서 만든 "형태소 분석 자료"를 들여다 봤습니다.


가가대소 : 가(명사) + 이(동사) +가(명사) + 이(동사) + 대(명사) + 소(명사)
1달러 : 1 + 달르(동사) + 어(어말)


... ... 폭소. ㅠㅠㅠ 너무하잖아요 저런 형태소 분석 결과는!


그래도, 저렇게 이상하게 (?) 분석한 경우는 수 %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믿어 보아야지요.





이어서 이번엔 영한 대역 / 일한 대역 말뭉치 구축 자료 소개 부스로 찾아갔습니다. 여쭈어 보니, 영한 대역 말뭉치는, 700만 단어 어치의 자료를 모았다고 하더군요.

"영어 한국어 대역이야 텝스 문제집 같은거 사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그런거 몇천권을 모아야 수백만 단어를 모을 수 있고, 또 저작권료는 얼마나 내야 할지 고민해 보면 눈 돌아갈겁니다.

그래서! 그네고치기는 두근두근한 마음을 품고, 700만 단어 규모의 영한 대역 자료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국립국어원을 통해 매년 70만 단어치씩을 배포하고 있었어요. 700만 단어 모두 모으시려면 국립국어원에 문의하셔서 10년치 CD를 전부 받으셔야 할 거에요."

OTL 최종 성과물 DVD 에는 DVD가 무색하게 70만 단어만 담은 겁니까 ...





넘어가서, 옆에서는 "한민족 언어 정보화" 라는 성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각 지역의 사투리를 검색하면 그 유래가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변화하였고 지금은 어느 어느 지방에서 그런 말을 쓰는지, 등을 모두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고 알리고 있었습니다.

한번 실험을 해 보려고, 검색어 입력창에 이런 걸 집어넣었습니다.

[


... 1만 7천건 검색 잘 되더군요! >ㅁ<

살짝 당황하시는 시연자 분을 뒤로하고, 장난은 그쯤 해두고,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있던 북한말들을 몇 개 검색창에 입력했습니다.

겉명켕킴힘
제곱뿌리
어미전산기

- 각각, "표면장력", "제곱근", "호스트 컴퓨터" 를 뜻합니다. [......]

검색 결과 : 0건

... 네. 전 사람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괴롭히는 데 취미가 있는 모양입니다.






여하간에! 그렇게, 각각의 분과들이 어떤 자료를 만들었는지 구경하고, 질문하고, 답변을 듣고 하다가 시간이 다 지나가버렸습니다.


펼쳐놓기는 조금 뻘쭘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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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색이.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인턴하는 사람 블로그에 컴퓨터 관련 글이 하나도 없는게 마음에 걸려서 한번 적어 봤습니다. 사실 문장이 너무 매끄럽지 않아서 포스트를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입니다. 그래도, 올려 보렵니다.

다음 포스팅이 또 언제 올라올 지는 아무도 몰라요 /ㅅ/

Posted by 그네고치기

2007/12/27 21:50 2007/12/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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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문학상 합동 시상식에 다녀왔습니다.

창작과비평사에서는 4개의 문학상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만해문학상, 백석문학상, 신동엽창작상, 그리고 창비신인문학상이지요. 오늘 11월 29일, 시청에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4개의 문학상의 합동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윤정모 선생님을 따라 시상식장에 들어섰습니다. 오른쪽 맨 뒷 자리가 비어있기에 조용히 앉았습니다. 자리에 앉기까지 고은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문인들과 악수를 하는 귀중한 경험을 했지요. ^^;

이윽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식이 시작되었습니다.


1. 제 21회 만해문학상
수상자 : 시인 김규동(81) [느룹나무에게]

2. 제 8회 백석문학상
수상자 : 시인 고형렬 [밤 미시령]

3. 제 24회 신동엽창작상 (구 신동엽창작기금)
수상자 : 시인 박후기(38)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는다]

4. 2006년도 창비(창작과비평사) 신인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 고은강(36) [푸른 꽃 외 4편]
평론 부문 수상자 : 김종훈(35) [장자(長子)의 그림, 처남(妻男)들의 연주: 문태준·황병승론]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규동 시인, 박후기 시인, 고은강 시인, 고형렬 시인, 김종훈 평론가]


지루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동안, 기다림의 시간을 노려 계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실려 있는 창비신인상 수상작들을 읽었습니다.
순식간에 시상이 이루어지고, 어느새 수상 소감 발표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제 가슴속에 남은 대로 얼추 복원을 해 봅니다. 사실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말씀들이 있었지요.

사회자 ) 연말 늦은 때에 시간을 내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리며, 수상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수상 소감은 가급적 짧게 부탁드립니다. 순서는 시상 역순으로 하겠습니다. 우선 김종훈 선생님의 수상 소감을 듣겠습니다.

김종훈 평론가 ) 우선 여러 선배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은숙 님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창비의 계간 창작과비평 2006년 겨울호에 실린 당선소감을 쓸 때 심사위원님께 은숙 님 이야기를 꼭 넣었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정말로 수록해주셔서 프로포즈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사회자 ) 네, 이번 창비 신인평론상은 김종훈 선생님께 상보다 더 값진 것을 안겨드렸습니다. 계속해서 고은강 선생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고은강 시인 ) 이렇게 평소에 뵙고 싶었던 선배님들을 한 자리에서 뵙게 되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 ) 아까 제가 짧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정말 짧게 해 주셨네요! 이어서 박후기 선생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박후기 시인 ) 안녕하세요, 박후기입니다. 오늘을 위해 원고를 준비해 왔습니다. 앞의 두 선생님께서 조금 짧게 해 주셔서, 저는 조금 길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며칠 전에 후배들과의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 후배가 "이번에 형이 받는 상이 신동엽과 관련된 상이니까, 시상식장 입구에 [껍데기는 가라!] 라고 플래카드를 걸어놓겠다!"라고 선언을 했는데, 오늘 와보니 걸려 있지 않네요. 하하.
사실 신동엽창작상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많이 걸렸습니다. 혹시 제가 쓴 시가 껍데기뿐인 것은 아닐까, 내가 쓴 시가 정말 값어치 있는 시일까. 사실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권의 시집을 냈었는데, 어느 시집에는 이런 말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내가 쓴 모든 글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후일이 되더라도 시집으로 낸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런 부끄러운 말을 적었던 것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정말, 신동엽 선생님의 정신을 이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 ) 네, 잘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다음은 고형렬 선생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고형렬 시인 ) 오늘의 이 자리에서 저는 지루한 소감 몇 마디보다는 하나의 일화를 들려드리는 것으로 제 마음을 전할까 합니다.
히말라야의 산맥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한 명의 나찰이 소년의 앞에 나타나 짧은 구절의 시를 읊었습니다. 3행시의 첫 행이었지요. 소년은 그 시를 들은 것에 매우 기뻐하며 나찰에게 어서 다음 구절을 읊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나찰은 코웃음을 치며 "아무 생각 없이 지껄인 말에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 어차피 말해 주어도 너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테니 저리 비켜라."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부디 다음 행을 들려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나찰은 "지금은 내가 배가 고파서 시를 읊을 생각도 들지 않는다." 라고 생색을 냈지요. 소년은 자신이 금방 마을에 가서 고기며 술이며 무엇이든 나찰이 원하는 것을 가져오겠다며, 나찰에게 당신은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고 물었습니다. 나찰은 조소하는 눈빛을 띠며 "나는 사람의 살과 피를 먹는다. 네가 어떻게 이를 구해오겠느냐!" 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소년은 그 말을 듣고는 오히려 기뻐하며, 그런 것이라면 자기의 살과 피를 줄 테니 쉬운 일이어서 다행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두 행을 말해주기만 하면 틀림없이 몸을 바칠 터이니 어서 읊어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놀란 나찰은 "어허! 이런 무의미한 시구를 읊는다고 진짜로 살과 피를 바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장난하지 말아라!" 하며 소년을 떠나보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막무가내로 매달렸지요. 결국 나찰은 소년에게 다음 두 구절을 들려 주었습니다.
이를 다 들은 소년은 환희에 쌓인 표정을 지으며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사실 나찰이 읊은 3행의 시에는 시를 아는 이가 깨달을 수 있는 깊은 아름다움이 숨어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몇 번이고 시를 되뇌이고는 가까이 있던 나무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이 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높고 크게 자라 절벽을 향해 뻗어있었습니다. 나무에 올라간 소년이 가지를 밟고 뛰어내리려는 찰나에 나무가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어차피 한번 들으면 그만인 그까짖 시구를 들은 것을 가지고 어찌하여 몸을 바치려고 하는가?" 그러자 소년이 대답하였습니다. "그것은 잘 몰라서 하는 말씀입니다. 나에게 있어 저 아름답고 훌륭한 시를 들은 것은 이 몸뚱아리보다 훨씬 더 값진 일이라는 것을 어째서 모르십니까? 오히려 나는 즐겁습니다. 겨우 이까짖 몸을 바치는 것만으로 저토록 아름다운 시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리고 소년은 몸을 던졌습니다. 소년이 바닥에 닿기 전까지 천상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이 흘렀습니다.
이 자리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 ) 네,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역대 최고령의 수상자이시기도 한 김규동 선생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김규동 시인 ) 여러분, 오늘 시상식에 오셔서, 정말 너무 지루하셨지요? (일동, 네에-!) 그래서 이 지루한 마당에, 이 노인이 여러분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아아, 80먹은 노인이 하는 이야기는 듣는게 좋습니다. 이나이에 내가, 80먹은 노인이 여러분께 무엇 하나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일동, 하하하하-!)
내가 말입니다. 초등학교, 그러니까 그때 말로는 보통학교였지요. 보통학교를 다닐때, 공부를 참 더럽게 못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왜 학교에서 보면 다들 교장선생님한테서 상장을 하나둘씩 받잖아요? 우등상이니, 봉사상이니, 개근상이니. 그런데 나는 공부도 못하고, 결석도 많이 해서 그런 상을 하나도 못 받았었습니다. 이러니 내가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게, "저 망할놈의 교장이 왜 상같은 걸 만들어서 사람을 환장하게 하나!" (일동, 하하하하하!) 이랬었습니다, 제가. 그래서 상이라는 거랑 교장이라는 거를 평생을 저주를 했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그 손기정 선수가 메달을 따 왔단 말이에요? 그 이야기를 담임 선생님한테 듣고는 제가 막 울었습니다. 그러고는 운동장으로 뛰쳐나가서는 숨이 헐떡거리는 줄도 모르고, 막 운동장을 몇 바퀴고 쉬지 않고 뛰었습니다. "내래 손기정이나 될테다-!" 하면서 말이에요. 그때나 지금이나 체구가 참 작은데, 뭐 공부도 못하고, 나처럼 체구가 작은 사람이 운동선수를 할 수야 없는데, 아무것도 잘 하는게 없으니까, 집에서는 어머니께서, 혹시 내가 저능아가 아닌가 의심까지 했었으니까요. (일동, 하하하; )
그러다가 내가 나이가 들어서, 한 열여덟쯤 되서, 문학이라는 걸 알아서, 거기에 푹 빠졌습니다. 뭐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그런데 문학이란게 이놈이 참 재미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시다 뭐다 막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내가 너무 외롭고, 고독하고, 그랬습니다. 잘하는 것도 없다, 나는 뭐 잘 나가지도 못한다, 그러니 쓰는 시도 남들한테 보여주려고 쓰는게 아니라, 그냥 막 쓴 거에요. 이러니 시를 쓰는 것도 나요, 그 시를 읽고 즐거워하며 잘 썼다고 칭찬하는 것도 나였습니다. 주변에서는 문학상이다 뭐다 많이 나가는데, 나는 절대 근처도 안갔어요. 그놈의 교오자앙 선생님이 너무도 싫었단 말야. (일동, 하하하하하!) 저놈의 교장이 이제는 문학상이란 걸 만들어서 끝까지 날 괴롭히는구나! 그래서 상이라는 걸 내가 평생을 저주하면서, 근처에도 안 갔어요.
사실 상이라는 것이, 심사위원이라는 걸 하는 사람들하고 자주 만나고, 술도 먹고, 친하고, 그래야 받는거라는거,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하고 자주 만나지도 않고, 그러니까는 상이라는 거랑 애초에 거리가 멀었어요. 80먹은 노인은 알 건 다 압니다. (일동, 하하; ) 그런 제가, 80이 넘은 노인이, 상을 받게 되었단 말입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서 상을 받게 되었느냐.
사실 이 창비 심사위원을 하는 사람들이, 고민을 하고 있었단 말입니다. 고형렬 씨에게 상을 줘야 하나, 도종환 씨에게 상을 줘야하나. 그리고 또 한 사람. 그렇게 세 명이, 도저히 누구에게 A를 주자니 B가 억울하고, B를 주자니 C가 잘썼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심사위원들이 있던 방의 창밖으로, 왠 키가 쬐그마한 노인이 하나 지나가버리더란 말입니다. (일동, 으하하하하!) 그러니까 심사위원 하나가, 아 저 노인좀 보소, 저 노인도 오랫동안 시를 써온 사람인데, 저 사람도 60몇년을 시를 써온 사람이오. 저 노인한테 주는건 어떻소? 그러니까 다른 심사위원 하나가, 아,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나도 저 사람 시집 좀 읽어봤소, 또 다른 심사위원 하나가, 나도 이견이 없소, 저 방금 지나간 노인네로 합시다. (일동, 하하하하하하!! ) 그 노인이 바로 접니다. (일동, 하하하하하!) 그러니까 이 노인이 그 창가를 지나가는 바람에 상을 받게 되었다, 이 말이에요. 심사위원들하고도 친하지 않은 이 노인이.
그런데 내가 또 평생을 상을 저주하면서 살아온 노인인데, 60년을 넘게 그래온 사람이 이제와서 상을 받아도 되는가! 그래서 이걸 또 고민을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 상을 주는 곳이 어디냐. 창비란 말입니다. 내가 창비가 주는 상이라고 해서, 그래 좋다 창비면 믿을 수 있다, 그래서 상을 받기로 한 겁니다. 창비는 약속을 너무 잘 지키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만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문인들이 다 창비학교 출신이에요. 무슨 순수문학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나보고 다방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면, 꼭 30분이고 40분이고 지각을 한단 말입니다. (일동, 하하하; ) 늦게 와서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데, 창비에는 그런 사람이 한명도 없어요. 꼬박꼬박 시간 약속 지키고, 일정 확실하게 하고. 그래서, 다른 상들이야 다 그렇고 그런데, 창비는 믿을 수가 있어서, 그래서 상을 받기로 했습니다. (일동, 짝짝짝짝짝짝) 감사합니다.

(일부 부분은 정도 이상으로 부정확한 면이 있습니다. =_=;)

자리를 마치고 나서는 단상 양 옆으로 놓여있는 뷔페! 저녁을 해결하고 보니 어느새 제 자리 앞에 소란을 피해 신인 시인상 수상자인 고은강(여) 선생님이 앉아 계시더군요. 친구분과 함께.

"아 그런데 나 이런데 처음 와서, 정말 정신없어."

뭐랄까, 어린 여고생의 이미지? 라는 느낌이 딱 드는 모습과 대사.

"저, 제가 첫 번째 팬이 되게 해 주시겠습니까?"

이 대사를 날리며 저는 갑자기 끼어들었습니다. 당황하는 고은강 선생님과 친구분.

"에에에...? 저, 사인같은거, 해본적이 없는데, 처음인데."

"제가 첫 번째 사인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시겠어요?"

"에... 에에에. 네."

그렇게, 저는 고은강 선생님의 사인을 획득했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 팬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고은강 선생님의 친구분의 말씀이 들렸습니다.

"어머나-! 너 정말로 처음이었어? 진-짜 좋겠다."





식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윤정모 선생님께 졸업 축하 선물을 받고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카메라 하나와 "나비의 꿈" 상, 하권이 들어 있네요.



정말, 지루하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Posted by 그네고치기

2006/11/30 00:36 2006/11/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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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종료 : 그네고치기, 복귀! & 근황

8월 26일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길고 길었던 잠수를 마치고, 쓸 글과 할 말로 가득한 그네고치기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 번 포스트에서 예고한 대로, 오늘은 잠수기간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대강 요약해볼까 합니다.



0. 해방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으로서의 시간이, 이제 끝났습니다. 평소 꿈꿔오던 학교인 KAIST 의 07 학번으로 입학이 확정되었습니다.

10월 13일에 KAIST에 내려가 전문성 면접 평가를 치루기까지, 블로깅도 뚝 끊고 인터넷 활동도 접은 채, 핸드폰도 일정 정도 이상 봉쇄하고 살아왔습니다. 덕분에 공부에 투자할 시간을 벌게 되었지요. 사실 잠수의 가장 주된 목적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_^a

본래는 12월 1일에 서울대학교 전문성 면접 평가 예정을 고려하여 12월 1일까지 잠수하려고 하였지만, 11월 17일 즉 수능 다음날에 발표된 서울대 탈락자 명단에 제 실명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어진 11월 18일부터의 졸업고사가 끝나고, 드디어 긴긴 잠수를 마쳤습니다.



1. 조용히 생일이 지나갔습니다. 10월 26일이었지요. 10.26 사태, 안중근 의사의 의거 겸 이토 히로부미 암살, 명량해전, OK목장의 결투(?!), 마무리로 "대한민국에서 X-Files 최종회가 방영된 날" 이기도 한 재미있는 날짜였습니다.

- 그리하여. 생일달력을 만들어볼까 결심했습니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는다면 생일달력 정말 만들게 될 거 같습니다.



2. 6편의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 저자로 참여하는 논문이 3편, 부 저자로 참여하는 논문이 3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많습니다. 그런데, 많아서, 너무 재미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6편 다 멋드러지게 완성하고 싶습니다.

한 편은, 예상하시겠지만 이 블로그에서 가장 많은 덧글을 확보한 반중력실험에 관한 것입니다. 또 한 편은 죄수의 딜레마의 국지화 효과, 또 한 편은 오링 테스트에 관한 것이지요. 부저자로 참여하는 세 편은 오목에 대한 것, 핀홀 렌즈 안경에 대한 것, 액체 렌즈에 대한 것입니다.

연구에 대한 열정을 강요하는 악덕 선배와, 묵묵히 그 선배를 따라와 주는 후배들 6팀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으하하!



3. 변 Francisco선생의 막나가는 과학 강의 소설, 변선생의 "과학은 이런 거다!" 블로그(http://byunfrancisco.tistory.com) 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걸핏하면 칠판을 쾅 쾅 내리찍으며 "이해가 안 되면 안 된다고 말하라니까!" 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변선생과, "아 글쎄 이해가 안 간다니까요!" 를 연발하는 학생들의 좌충우돌 과학 배우기 프로젝트, 변선생의 "과학은 이런 거다!"

혼자서 하기에는 벅찬 작업일 듯 하여 스탭을 공개 모집하려고 합니다. 일러스트레이트 및 만화 / 그래프, 삽화와 디자인, 그리고 베타 테스트를 맡아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아직 블로그에는 글이 단 한 편도 올라와 있지 않지만[......], 어떤 글을 어떻게 써내려갈지, 사뭇 기대됩니다.




아아. 오늘 다 써버리면 내일 쓸 글이 부족해지겠네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자, 그럼 덧글 달러 출동합니다. 우선 Tyburn님 블로그부터...!

Posted by 그네고치기

2006/11/27 20:56 2006/11/2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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