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만의 청소년인권포럼 참관록
여태껏 한번도 청소년 인권 관련 행사에 참여해 본 적이 없던 그네고치기의
지나치게 큰 기대 속에 파묻혔던 청소년인권포럼 참관록
집필자의 짜증이 묻어나는 글이므로 읽는데 주의를 요합니다.
일시 : 2006년 8월 8일 오후 2시 - 오후 5시 30분
장소 :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
공동주최 : 흥사단,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민주노동당 청소년인권위원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 전국민주중고등학생연합, 외 다수
참여 패널 :
1. 교육인적자원부 학생인권및 초, 중학생 교육담당, 김석언 교육연구사
2.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총괄팀, 김민태 담당관
3. 아수나로[ASUNARO] 유윤종 활동가
4.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생활국장 현원일 교사
5.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정은숙 실장
(이하 학생패널)
6.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박남규 의원
7. 아수나로[ASUNARO] 오병헌 활동가
8.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이아라 대표
토론회 자리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대도 무척 많이 갖고 있었지요. 이번 토론회에는 아수나로의 유윤종 님께서 연락해 주셔서 가볼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사당에는 처음 가보는 일이라 상당히 설레기도 했지요. 혹자들은 국회의사당 인근에 강력한 수맥파가 흐른다고도 하는데, 그 수맥파를 혹시 느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토론회에 앞서 유윤종님과 만나 조우하고 가볍게 식사를 마친 뒤, 박호언님, 박남규님, 전누리님과 같은 분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현원일 선생님과도 짤막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본 행사가 시작되려는데.
"저. 아수나로는 네트워크쪽에 이미 연대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주최 명단에서는 빼기로 협의가 이미 끝나 있지 않았습니까?"
주최측(흥사단)에서 준비했던 현수막에 문제가 있던 모양이었습니다. 사회를 보시는 분과 아수나로 관계자 사이에 잠시 설왕설래. 곁에서 살짝 듣고 있자니, 문득 공동주최 명단에 있던 단체들 중 유달리 눈에 띄는 단체가 있었습니다.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이었지요. 그 단체의 지인께 슬며시 연락을 해 보았습니다.
"에? 오늘 뭐라구요? 그런 행사가 있어요? 아니 쫌 알아보고요. ... ... 그러니까 우리 단체가 연대로 참여하고 있는 곳이 공동주최 명단에 올라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런데 우리 단체는 이번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을텐데...?"
잠시 토론회 방청객들에게 나누어진 브로셔를 (리플렛을?) 살펴보았습니다.
브로셔에는 "제 4회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정기회의"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쪽부터 주욱 청소년의회의 정기회의 일정에 대하여 적혀 있었고, 상당히 장난스럽게 기술된 청소년의회내 분과별 회의자료가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지나간 뒤에야 오늘의 토론회와 관련된 자료가 나타났습니다.
뭔가 의문을 잖뜩 안은 채, 토론회는 시작되었습니다.
PM 2:10-45 "중고등학생 생활과 인권, 자치, 복지실태와 의식조사 보고서" 소개
발표 : 현원일 교사, 자료조사 :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학생생활연구회
PM 2:48 패널 소개
PM 2:49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격려인삿말
현원일 선생님의 발표자료는
학생생활실태및의식조사보고서.hwp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자료를 접해보는 것은 사실 깊은 관심을 갖지 않던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달까요.
PM 2:56 패널별 인삿말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주요 논제 밝히기)
1. 이아라 : 학생자치
2. 오병헌 : 청소년정치성되찾기, 활동성
3. 박남규 : 정부기관과의 대화
4. 정은숙 : 학부모(어른)가 들러리가 되는 상황이 되어 기쁨 /학생들의 발언을 기대
5. 현원일 : 가르치는 입장이 아닌 배우는 입장에 서고싶다
6. 유윤종 : 졸지않는 토론 / 싸가지없는 애로 비춰지고 싶다
7. 김민태 : 인권위의 입장설명 및 배워가자는 자세로
8. 김석언 : 정부관계자의 입장에서 / 난 "결론적" 인 이야기는 못 한다
유윤종님의 "싸가지없는..." 발언, 김석언님의 "
나는 교육인적자원부 전체를 통틀어 단 한명뿐인 학생인권담당자로서, 그 어떠한 결정적인 발언도 하지 않겠다" 선언 등에서, 이미 토론회가 엇나갈 조짐은 보이고 있었습니다.
PM 3:05 사회자 주요주제소개 : 두발, 체벌, 자치활동, 학생인권법
및 신호등 시스템 소개
* 신호등 시스템 : 방청객이 토론중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으로, 사회자가 질문을 던지면 방청객은 빨, 파, 노의 세 가지 카드 중 하나를 들어올려 자신의 의사를 개진할 수 있음.
처음에 토론회 방청석에 무엇인가 색도화지를 오려서 급조한 듯 보이는 물건을 나눠줬던 것이, 바로 이 신호등 시스템을 위한 것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무튼, 이 신호등 시스템의 예행 연습을 위해 사회자는 두 가지의 논제로 방청객들의 의사를 물어왔습니다. 그리고는 논제의 각 의견당 방청객 중 한 사람씩을 선정하여 구체적인 발표를 주문했습니다.
1. 두발규제는 필요하다
찬 ) 위화감 감소. 제한은 질서를 유지키 위해 필요하다.
반 ) 두발 복장이 위화감 조성? 어떤 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가? 단지 학생이라서 더 심하게 제한해야만 하나?
2. 두발규정을 (파) 학생이 제정 (빨) 없애
없애) "통제"라는 목적은 교사-학생간 불신만 조장. 외국은 난장판 머리도 대학 잘감. 학업과 연계짓지 마라.
없애 ) "교사 학부모가 정해서는 안되며, 신체권을 어떻게 제한할 수 있나."
두 번째 논제의 두 번째 발언자는 사실 "파란색" 카드를 들었었습니다. 그래서 사회자는 의견을 들은 뒤, "그건 학생이 제정하자는 이야기랑은 전혀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라고 반문을 했지요. 거기에 발언자는 "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문득 예전에 있었던 유명한 공개 토론인 유승준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유승준의 병역문제 때, 유승준 지지자 쪽에 앉아 있던 패널이 유승준을 실컷 성토한 뒤, 사회자가 "그럼 왜 그쪽에 앉아계셨습니까?" 라고 하자 했던 "모르겠는데요." 라는 답변.
방청객의 의견은 이쯤 해 두고, 패널에게로 주사위가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이 신호등 시스템은, 이후 3시간정도 더 진행된 토론회 내내 다시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방청객과 패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 이아라 )"학생회가 정한다? 남이 내 머리스타일을 정한다? No, 규정폐지
2. 오병헌 ) 권리는 다수결 같은 것으로 잴 수 없다. 개소리! 양자의 타당성이 공평치 않은 상황인걸!
3. 박남규 ) 대안학교의 사례 : 완전 자유화를 시행해도 알아서 자기 스타일 찾는다. 자율화, 자유화 논란. 강제이발 기분나쁘다.
사회자 ) 두발자유 직후의 혼란은 없나?
박남규 ) 과도기의 문제일 뿐이다.
4. 유윤종 ) 여러 건의 사례발표. 대구 화원중학교를 보라(두발규정개정 설문조사지를 돌린 학생회장을 규정외 징계) 널린게 사례다.
학생 패널(청소년 패널)들의 의사발표였습니다. 정도의 차이나 근거자료의 차이는 있지만 결론은 두발제한에 반대한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겠습니다. 유윤종님은 즉석에서 패널들에게 브로셔의 뒷쪽을 펼쳐볼 것을 주문하며 사례들이 이미 차고 넘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김민태 ) "인권위에 진정하면 두발자유" 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 제보취합중이나, 근거없이 조사하지는 않는다. 인권위의 역할은 조사후 권고 뿐이다. 모니터링이나 할 뿐 강제력 없다. 권고문에도 있듯 두발자유는 기본권이나, 학생으로서 요구되는 사항의 고려에 있어 민주적 절차에 의한 제한 가능하다는 방침이며, 재심리는 없다.
본인이 학창 시절에는 꿈에서조차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을 이시대의 학생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부디 일을 진행함에 있어 교육부와 교육, 인권위 자료를 제발 제대로 읽어달라.
유윤종 ) 개인적으로 인권위 사랑한다. 말씀하신 "교육적 목적에서의 두발제한"은 찌든 상식의 잔재인가, 정당화된 법적근거를 제시하라.
김민태 ) 헌법 37조 2항 "국민의 기본권은 일정 정도 제한 가능 : 국가질서, 공공복리에 반할때" 직접 반하는 건 아니나 학교사회질서라는 측면에서 해석하면 그렇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방향의 해석에는 반대하지만, 유윤종씨의 발언의도가 사실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가 꼰대라서 그런지, 무조건, 두발자유에는 동의할 수 없다.
토론회 시작 후 처음으로 패널과 패널 사이에 의견이 오고 갔습니다. 좀 더 뒤에 나와야 할 말이기는 하지만, 이 의사교환이 없었다면 저는 "자기주장발표대회"에 나온 것이 아닐까 의심할 뻔 했었습니다. 제가 대중매체나 여타의 것을 통해 들어오던 토론회와는 너무도 진행이 달랐던 탓입니다.
김석언 ) 나, 정부 대표라서 욕 많이 먹는다. 장수할 것이다. 한국은 민주사회라서 자치 +분권을 중시한다.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 관할이다! 만천개 학교 온갖 잡무가 나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위임 탓이다. so, 국가에 기대지 말고 직접 쟁취하란 말이다. 책임회피하고 싶지는 않지만...
1982년 박통시절 두발복장자유가 이뤄졌지만 2년만에 폐지. 이유는 "왜 그것을 국가가 간섭하는가" 하고 교사/학부모가 들고일어났기 때문. 2000년에도 재탕했다.
설사 두발자유가 된다고 해도 "분위기"에 의한 규제는 항상 있잖은가. 당장 내가 두발자유지만 머리스타일 맘대로 할 수 있을까. 조직사회라고 하는 곳에서 살아가면서.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가. 유니세프의 인권관련 조항에서도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임의선택하여 취하는 오류를 저지르지 말라.
오병헌 ) 교육부 정문에서 홀로 30분동안 기다린 것, 부장이 늦게 와서 또 늦어진 것 같은것은 말하지 않겠다. 교육청 장학사가 내가 1인시위하고 있는데 나와서는 "우리는 교육부 명령을 따를 뿐이다" 라고 말했다.
김석언 ) 그런 명령을 한 바 없다.
오병헌 ) 장학사들의 발언이었으며 현장에 함께 있던 사람들 또한 들은 바 있다.
김석언 ) 우리는 그런 명령을 한 바 없으며 장학사들의 자의적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오병헌 ) 무슨 헛소리야! 당신들이 명령한거 다 알고 있어! 당신 똑바로 말해! (오병헌, 김석언 패널을 향해 주먹질을 하며 돌진, 곁에 있던 패널들에 의해 저지)
장은숙 ) 답답하다. 인권=기본권인데 인권위조차 교육적 목적 운운하고 앉아있으니...
참고로, 김석언 교육연구사와 오병헌님 사이에 왜 저런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분은 다음의 기사를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학내 1인시위 벌인 오병헌군 중징계 확정 프로메테우스 [사회] 2006.09.26 오후 15:40
"`1인시위' 학생 징계 철회하라" 연합뉴스 [속보, 사회] 2006.09.19 오전 11:30
1인시위 동성고 오병헌군 “학생도 인권 있다” 경향신문 [사회] 2006.07.13 오후 16:18
서울시교육청, 오병헌군 징계 해결 요구 거절 프로메테우스 [사회] 2006.07.08 오후 18:40
“두발규제·체벌 반대” 동성高 오병헌군 1인시위 경향신문 [사회] 2006.05.08 오후 19:00
이미 교육청/교육인적자원부와 오병헌님 사이에는 상당한 마찰이 있어왔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나름대로 외부 방청객과 함께 진행하는 공개 토론회에서 나타난 김석언 교육연구사의 발언이 오병헌님에게는 상당히 거북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물론 동인만 있다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폭력적 행위를 활용하여 화를 내도 된다, 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토론회 참여자임에도 토론회 참여자임을 거부한 김석언 교육연구사의 모습 또한 결코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물론 정부 관계자로서 그의 한 마디가 정부 전체의 입장을 대변해버리는 듯한 상황이 되어버린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아아, 복잡해라.
이후의 토론회는 잠시동안 휴정을 한 뒤, 방청객 3인의 자유발언(저도 한마디 하긴 했습니다)을 듣고 나서는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이아라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 생각해봤는데요, 이러면 좋을 거 같아요." 라는, 다소 기대와 다른 어쩌면 친근해보이기까지 하는 어투의 발표는, 어째서인지, 심하게 거슬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또 여러 단체의 대표들이 단상에 올라 발표자료를 공개하고, 민주노동당 최순영 국회의원의 학생인권법안에 대한 소개와 함께 여기에 대한 각 단체의 의견을 묻는 시간, 그리고 나서 폐막했습니다.
조금 어이가 없었습니다. 보통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입장을 한 마디씩 들은 뒤에는 사회자가 어떤 논제를 잡고, 그 다음에 패널들간의 격론이 벌어지는 것만을 봐왔던 저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진행이었습니다. 애초에 8명이라는 패널의 숫자 자체가 너무 많았던 것이기도 하고, 또한 토론회라기보다는 인권연구포럼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설명과 해설을 지인들로부터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이럴 수가 있나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토론회의 후반부는 학생인권법안 지지서명운동이랄까, 그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날은 수능 D-100 에 해당되는 날이었습니다. 모든 행사가 마무리된 뒤, 룸메이트와 중학교 동창과 함께 수능 D-100을 기념하며 모여 앉았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이날 다녀왔던 청소년인권포럼에 대한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말을 꺼내려고 하니 친구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딴거 알아서 뭐해? 우리 학생들하고는 아무런 상관없이 지들끼리만 의논하고, 거기다 뭐, 그 청소년의회라는 놈들은 우리들 청소년에 의해 선거를 치뤄서 당선된다면서? 그런데 언제 한번이라도 지들이 우리의 선거권에 대해 우리에게 공지한 적이라도 있어? 그리고 그런 토론회같은거, 백날 열리고,
교육부가 백날 공문을 내리고 그래봤자, 학교 교사들이 씹어버리면 그만인거, 아직도 모르냐? 그런거 끝까지 투쟁이니 뭐니 하면 골치아프고 애들한테 왕따나 당해. 너도 이제 고3이야. 정신차려."
"야. 그래도 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서 홍보를 하는 사람들이야."
"어쩌라고?
천만원 갖고 홍보를 하면 누가 본대?"
뭐라고 더 반론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입에 음료수를 들이붓는 친구들의 팔은 뿌리치기엔 진지하더군요...
주 ) 그네고치기의 편파적인 시선에 비해 좀 더 객관적인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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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네고치기